[딥다이브(Deep Dive)] : 리갈던전(Legal Dungeon)의 게임디자인

2019. 7. 24. 가마수트라(Gamasutra)에 ‘Deep Dive: Burdening players with the power of the system in Legal Dungeon‘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의 한글 원문입니다. 게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목표하고 의도한 부분, 고민하고 개선한 과정과 그 결과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특정 디자인이 제작된 과정에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Gamasutra의 Deep Dive 연재를 찾아서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 주의 : 아래 내용은 게임의 구조 및 서사의 주요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표 : 플레이어에게 죄책감을 전달하기

누구 : 소미(Somi)

안녕? 난 한국에서 혼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소미야. 2019년 5월에 출시된 경찰 문서작업 어드벤쳐 게임 ‘리갈던전(Legal Dungeon)’을 만들었어.

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법과 관련된 직장에 다니고 있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감정들, 특히 내가 가진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리고 게임이 그런 생각을 나누기에 아주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했지. 2014년부터 게임 개발 공부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총 4개의 게임을 출시했어. 특히 2016년도에는 ‘레플리카(Replica)’라는, 타인의 휴대전화를 훔쳐보며 테러 혐의점을 찾는 게임을 만들어서 인디케이드(IndieCade)에서 임팩트 상(Impact Award)을 받기도 했어.

내가 최근에 출시한 리갈던전은 경찰이 되어서 범죄 수사 서류를 작성하는 게임이야. 플레이어는 적게는 7장, 많게는 40장이 넘는 수사서류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범인을 기소할지, 불기소할지 결정해야해. 모든 선택은 플레이어가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지.

무엇을 : 구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

리갈던전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수사서류 뭉치를 검토한 후 ‘의견서’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류를 작성하는 거야. 사건 수사는 이미 팀원들에 의해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범죄 현장을 누비며 증거를 찾거나 피의자의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한 요소는 전혀 없어. 플레이어는 서류만을 읽으면서, 사건 관계자가 어떠한 진술을 했고 어떠한 증거를 제시했는지, 수사대상이 된 행위가 어떠한 죄명에 해당하는지, 관련된 법조문에서 요구하는 죄의 구성 요건은 무엇인지, 유사한 사례에 대해 기존의 판례는 어떠한 결론을 내렸는지를 연구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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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한국에서 수사팀을 총괄하는 팀장이 맡은 역할과 매우 유사해. 심지어는 게임에서 등장하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CIS도 한국 법무부에서 제작하고 실제로 경찰이 활용하고 있는 KICS라는 플랫폼과 상당히 비슷하지. 게임의 스토리를 형성하는 개별 사건들도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의 주요 사실관계와 쟁점을 변형해서 재구성한 내용이야. 결국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경찰 수사팀의 장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과정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세부적인 사건들의 일시, 장소만 다를뿐, 경찰의 의사결정 논리를 그대로 재현한 거지.

물론 세부적인 부분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형식에 맞는 변형은 필수야. 예를 들어, 글자를 입력해서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게임의 제한된 인터페이스를 고려해서, 필요한 단어나 문장들을 기존 서류에서 ‘끌어서 놓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조직이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나 분위기, 업무 과정에서 존재하는 무언의 압력과 편견 등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스크린 메이트’가 프로그램 사용방식을 설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주입하도록 장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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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지루한 문서작업 시뮬레이션을 게임에 그대로 넣었냐고? 난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이 있는지 묻고 싶었어. 현실과 똑같은 구조 속에서 플레이어가 같은 경험을 한다면 과연 일반적인 경찰의 사고방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싶었지.

왜 : 어디까지가 개인의 판단 영역일까?

시작 : 네가 경찰이라면 달랐을까?

이 게임은 하나의 신문기사에서 시작했어. 2010년 6월, 양천경찰서 서장이 서울경찰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던 사건이었지. 당시 경찰서장은 청장이 과도한 실적주의로 직원들에게 무리한 활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어. 이러한 주장을 한 경찰서에서는, 형사들 4명이 실적을 쌓으려고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서 범죄자로 만들려고 했다가 구속된 일이 있었거든. 이후에 해당 사건은 잊혀졌고, 성과제도는 지금까지도 경찰 조직에 남아 모든 인사와 급여, 승진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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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던전의 ‘에피소드 1’에서는, 무료 신문을 모아서 팔아 생활비를 버는 노인을 경찰이 실적을 위해 절도범으로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어. 무료 신문도 남의 물건이니 마음대로 가져가면 절도라는 논리지. 여기서 플레이어는 선택할 수 있어. 기소할지, 불기소할지, 아니면 노인을 도와주던 어린 손녀까지 함께 공범으로 기소할지.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왜냐하면, 현실세계에서 똑같은 노인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던 여느 경찰관들처럼, 플레이어도 실적으로 압박받고 있으니까. 높은 사람들의 지시사항과 부하 직원들의 한탄은 아주 자연스럽게 노인을 5점짜리 몬스터로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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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짜리’

하지만 이렇게 ‘기소’냐, ‘불기소’냐를 묻는 단순한 선택지를 초기버전으로 제시했을 때, 플레이어의 답은 현실의 그것과는 달랐어.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양심과 감정에 따라 되도록이면 노인을 풀어주려고 했지. 결국 이 선택은 게임일 뿐이니까,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거야. 아무리 게임 속에서 ‘대화’나 ‘점수’를 통해서 ‘기소해야만 하는 이유’를 강요해도 플레이어는 실제로 점수에 목을 매는 보통의 경찰관들처럼 절실하지 않아. 되도록이면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을 하려 하지.

게다가 현실에서의 선택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딱 한 번, 게임의 옵션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잖아? ‘판단하는 자’는 이전에 그 사람이 판단했던 여러 선택들의 연장선 위에 서있어. 즉, 내가 일상에서 결정하는 작은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이미 ‘중요한 결정을 하는 나’라는 사람과 ‘중요한 선택의 결과’까지 모두 정해져 있는 거야. 리갈던전은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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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버전의 선택지(‘공격’과 ‘자비’)

매 순간의 선택이 타인의 인생을 결정한다.

결국 리갈던전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지 않도록 변경되었어. 에피소드 1에서 플레이어는 기소할 것인지 불기소할 것인지를 묻는 옵션을 볼 수 없어. 다만 의견서에 어떠한 단서들을 끌어서 넣을 것인지만 선택할 수 있지. 그러면 플레이어가 찾아낸 단서들이 기소를 위한 단서일 때 기소가 되고, 불기소를 위한 단서일 때 불기소가 되는 거야. 적용한 법조항이 무엇이냐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지. 결국 문서에서 단어나 문장 하나를 끌어오는 매 순간들이 연계된 선택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 거야.

플레이어는 ‘절도’라는 단어를 검색창에서 검색할 거야.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특수절도’를 죄명으로 입력하지. 왜냐하면 에피소드를 시작하기 전 플레이어가 다른 형사와 나눈 대화에서 같은 단어를 들은 적이 있거든. 왜냐하면 특수절도죄가 절도죄의 조문보다 더 앞쪽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가장 첫 화면에 나오거든. 결국 플레이어는 노인의 손녀까지 공범으로 만들게 될 거야.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무고한 자를, 2점짜리 단순 절도범으로, 다시 5점짜리 특수절도단으로 ‘만든’ 플레이어가, 이를 보며 고마워하는 동료들 앞에서 느끼는 죄책감, 무력감, 자괴감. 바로 그걸 이끌어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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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돼. 만약 시스템이 이끄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만의 주체적인 사고를 통한 독자적인 선택을 하고자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주어진 수사서류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어와 문장을 꼼꼼히 봐야할 거야. 왜냐하면 법은 논리와 치밀함을 요구하니까. 아무 단서나 쉽게 용인하지 않거든.

범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타임라인

리갈던전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야. 양천경찰서에서 무고한 피의자를 고문했던 경찰관들과 이들에 동조해서 어떻게든 실적을 쌓으려고 법과 윤리를 버렸던 경찰관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돕기는 커녕 이를 미끼삼아 절도범을 잡으려고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수많은 이 나라의 경찰관들, 성범죄 재범율이 높아지면 감점을 받으므로 성범죄자가 재범인 경우 검거하지 않았던 경찰관들. 이들은 뿔달린 악마가 아니야. ‘아돌프 아이히만’과 같이 아무런 판단 없이 주어진 업무를 해나가기만 하는 단순한 직장인일 뿐이지. 이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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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총 14개의 엔딩과 6개의 도전과제로 구성되어 있고, 범인검거 점수는 코인이 되어 게임 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스크린메이트를 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어. 각 엔딩과 도전과제는 플레이어가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변경함으로써 찾을 수 있고, 코인은 피의자를 기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지. 플레이어는 리갈던전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면서, 엔딩을 찾고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며, 평범한 경찰관의 악행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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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잘못을 시스템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야. ‘진짜 범인은 ‘외부’에만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질 수 있기를 바라. 왜냐하면, 게임에서 주어진 모든 엔딩을 찾고 코인을 모아서 스크린 메이트를 구매하려 노력했던 플레이어들은, 결국 보상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저울질한 꼴이거든. 실적을 쌓기 위해 피의자를 고문했던 양천경찰서 직원들과 스스로의 사이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거야.

결론

  “윤리적 판단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현실에 기반할 수밖에 없어. ‘레플리카’를 만들 때와는 달리 ‘리갈던전’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어. 내가 타인의 고통을 창작활동에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유사한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서사를 수정하고 또 수정할 수밖에 없었어.”

“타인의 고통은 우리의 외부에 있지. 때문에 공감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순간적인 것임을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을 완성했어. 등장인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누가 범인인지 드러날 수 있도록. 비록 이해받을 수는 없더라도, 내 생각과 감정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실험은 진행 중이야. 그리고 이 실험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BitSummit 2019 in Kyoto, Japan

2019. 6. 1.(토) ~ 6. 2.(일) 양일간 일본 교토 시내에서 개최된 BitSummit 2019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전일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기 표를 예매했지만 갑작스럽게 잡힌 시험 일정으로 인해 결국 첫날 저녁이 되어서야 교토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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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던전 출시일정과 겹쳐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굳이 시험장까지 간 이유는 뭘까.

게임을 만들 때 꼭 참석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임 축제가 두 개 있다.

IndieCade 그리고 BitSummit.

존경과 찬사를 자아내는 게임들, 그리고 그 제작진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더해서, 재능있는 예술가 집단에 내 게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다.

첫 날, 행사가 끝난 후 DANGEN 주최 파티와 Riverside 파티에 참석했다. 파티는, 사업을 위해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매출과 홍보방법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경험. 멋진 게임들과 그 게임을 만든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친구가 되는 공간. 그래서 즐겁다. (전시를 핑계로 파티를 간다)

리갈던전은 BitSummit 2019 International Award 와 Innovative Outlaw Award 2개 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애석하게도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인디게임 미디어인 IndieGamesPlus (구 IndieGamesDotCom)에서 선정한 ‘Best of Show’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IndieGamesPlus는 내가 게임을 만들던 초기부터 해당 매체에 게임을 보내고 한 번의 리뷰를 얻을 때마다 큰 행복을 느꼈던 곳이라서 그 감회가 남달랐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여러가지 분야에 관한 강연 및 패널토크가 이어졌는데, 나는 Adventure Game 패널로 참석했다. 질문 중 ‘최초로 플레이했던 어드벤쳐 게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Leisure Suit Larry’라고 답하자 객석의 여러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갓겜이라서 그런 거겠지…

리갈던전과 함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까.

게임을 만드는 큰 재미 중 하나다.

BitSummit, 내 다음 게임도 전시작으로 선정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G-Fusion 2019 in Beijing,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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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1.부터 5. 12.까지 중국 북경 北京亦创国际会展中心(Etrong international exhibition hall)에서 개최된 G-Fusion 2019에 초청되어 리갈던전을 전시했다.

G-Fusion 비디오 게임 카니발은 중국의 대표 게임 미디어인 GameCourse에서 매년 주최하는 게임 전시회로 올해 9회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GCourse에서 일하는 중국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최초 전시회는 30명 정도가 참석한 아주 소규모의 이벤트였다고 했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실로 거대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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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하단의 인디게임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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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공간에 전시된 리갈던전. 중국 내 퍼블리셔를 두지 않은 유일한 해외게임이다.

 

GCourse 에서는 인디게임 지원을 위해 직접 전시작들에 대한 홍보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여 참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영상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리갈던전!)

전시작 소개 영상 보기

 

개발자들을 위한 파티가 폴란드 대사관 주최로 있었다. 자국의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중국 게임행사에 게임전시 부스를 만들고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며, 심지어 대사관에서 파티를 개최해서 게임 홍보에 투자하는 이들의 모습이 부럽고도 놀라웠다.

처음 만난 중국의 게이머들과 내 게임을 사랑해주는 팬들, 그리고 친구들. 3박 4일의 일정 중 매 시간이 귀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특히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게임을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는 일, 사람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북경에서는 버드나무 씨앗이 솜뭉치처럼 날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2018년 짧은 회고

2018년은 게임과 멀어진 한 해였다.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게임과 관련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레플리카를 만들고 출시했던 2016년, 2017년을 지나면서 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고 직장생활에 할애하는 노력이 아까웠다.

그리고, 부족한 시간과 부족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부족한 애착을 불러 왔다.

가정에서 느껴지는 소원함이,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내 끝 없는 우울과 공허함이 모두 게임 개발 탓이라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 공지사항에는 ‘올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애쓰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다시 단단해질 수 있도록 보살피는 한 해로 만들어볼까 합니다’라고 게시했지만, 사실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가족과의 유대, 직장에서의 보람, 게임을 만들며 얻는 성취감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혼동하며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얻을 수 없다는 현실에 괴로웠다.

그래서 놀았다. 열심히.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에 집중했다.

치료 받았다.

회사에서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깎지 않고도 창작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았다.

“가족과 손을 잡고 있으니 따뜻하더라.”

기해년을 맞은 지금, 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크리티컬 플레이어 강연

2018. 10. 20.(토) 오후 2시~4시 판교ICT에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융합예술센터 주관 게임 비평 워크숍인 ‘크리티컬 플레이어’의 강연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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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혁 선생님의 사회로 토크가 진행되었다. 게임에 접근하는 다양한 관점과 비평적 사고에 관한 대담이 두 시간 가량 이어졌는데, 게임 비평가 혹은 게임 비평 미디어, 게임 비평 플랫폼을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의 현실에서 새삼 이와 같은 워크숍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양대학교 사이버펑크 강연

2018. 6. 1. 한양대학교에서 ‘도래하는 가상현실시대와 응전하는 사이버펑크’라는 주제로 내가 게임을 만드는 이유와 게임을 통한 공감에 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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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올해 처음으로 게임과 관련한 활동을 했던 때가 아니었나 기억한다. 나는 아직 혼란스럽고 내 철학은 미비하며 공감이라는 것은 쉽게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알기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려 노력했다.

 

이 날 이야기를 나누었던 내용 중 일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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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탁은 ‘타인의 고통’이라는 저서에서 이와 같은 현상을 ‘전형적인 근대적 체험’이라고 칭합니다. 그리고 공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 하죠. 그리고 그 이유에 관해 말합니다. 타자는 언제나 나의 밖에 있기 때문이며, 그 차이는 어떠한 경우에도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공감은 그만큼 불완전한 것이고, 타인의 고통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방법도 없으며, 공감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는 순간적인 것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공감을 겪는 자신은 타인이 겪고 있는 위험이나 고통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안전감’이 필연적으로 공감을 약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바로 공감하는 주체가 관망자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유죠.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음을 안다. 고로 “나는 반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반대한다.”

대한민국헌법
제17조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
제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나는, 2016. 7. 11. 레플리카(Replica)를 스팀 스토어에 출시했다.

당시 나의 나라는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좌편향을 문제로 지적했다. 영화, 문학 등 다방면에서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야권 인사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예술인들은 블랙리스트에 등재되었고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 국가에 대한 비판 혹은 이전의 민주 대통령에 대하여 호의적인 의도를 나타낸 영화는 그 제작에 참여했던 기업의 경영자가 퇴진 압박을 받았고, 코미디 프로그램의 정치 풍자 코너는 사라졌으며,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영화는 정부에서 영화표를 모두 수거해 가거나 악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등 국가 전체적으로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불경시 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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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레플리카 출시 당시 시대적 상황(2017 BIC 강연자료 중 발췌)

레플리카는 이처럼 개인의 사상과 양심, 표현의 자유를 법치주의를 앞세워 폭압했던 현실에 관한 게임이다. 그리고 편향된 구조와 전체주의에 매몰되어 혐오를 강화하고 압제의 일원이 된 개인의 도덕성과 파시즘에 관한 이야기다.

레플리카를 출시한 이후, 국내 극우성향의 사이트에서는 내 게임을 “좌빨게임” 이라고 규정했다. 좌익 빨갱이, 즉 북한을 추종하고 공산주의를 경배하는 간첩이 만든 게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개꼴통 게임”, “만든 새끼 뭐하는 놈인지나 알고 싶다”는 비난 글과 리뷰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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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레플리카 출시 후 반응(2017 BIC 강연자료 중 발췌)

하지만 출시 초기의 이와 같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레플리카는 많은 성과를 보여줬다. IndieCade, IGF 등 국내외 인디게임 조직과 행사에서 수상의 영광을 얻었으며, 스팀과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판매도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관련 링크) 특히 ‘라스푸틴의 21세기 재현’이라고도 불렸던 인형사 정부가 교체되면서 국내에서의 내 게임에 대한 평가도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더 이상 내 개인적인 사상과 신념으로 인해 나와 내 가족의 안위를 위협받고 비난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며칠 전, 국내 게임사이트에서는 나를 “메갈”이라고 다시 규정했다. (관련 링크) 내 트위터 활동 내역을 확인한 바, 페미니즘과 관련된 뉴스를 리트윗 하거나 ‘마음에 들어요’로 지정해 둔 기록이 있다는 이유다. 위 링크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직장 내 성폭력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뉴욕타임즈 기사 마음 표시
  • 노키즈존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내용의 고함20 기사 마음 표시
  • 학교에서의 페미니즘 교육 필요성을 지적한 교사의 인터뷰 리트윗
  • “걷기의 인문학” 실비아 플래스가 열아홉 살 때 적은 일기 내용 마음 표시
  • 아이를 대하는 사회적 환경 차이에 관한 오마이뉴스 기사 마음 표시
  • 군대 내 구타와 불합리한 명령을 다룬 만화에 대하여 지적하는 트윗 마음 표시
  • 초등학교 성평등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오마이뉴스 기사 리트윗
  • 애니메이션 ‘빨간 구두와 일곱난쟁이’의 외모비하를 지적한 여성신문 기사 마음 표시

“[유머] [ 인디게임 개발자 SOMI ] “마음에들어요 “”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이 글에는 총 91개의 댓글(2018. 3. 28. 현재)이 달렸고 그 내용의 대부분은 위와 같이 지적된 내용들이 내가 메갈이라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메갈’이라는 단어가 통용되고 있는 의미를 고려할 때, 내가 과거 여성혐오에 대한 미러링과 페미니즘을 표방했던 ‘메갈리아’라는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사람이거나, 남성혐오 또는 여성우월주의를 위해 각종 범죄와 반인륜적 행위를 저지르는 자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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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유머] [ 인디게임 개발자 SOMI ] “마음에들어요 ” 게시글에 붙은 댓글 중 일부

내 트위터 사용 이력을 통한 사상검증 결과, 나는 아래 그림과 같이 “사실상 메갈로 확정”되었고, 내 게임에 대한 리뷰에는 “쿵쾅쿵쾅 메갈손!”, “멧퇘지”와 같은 혐오표현이 게시되기 시작했다. (멧퇘지는 ‘메갈리아에서 활동하는 멧돼지’를 줄인 표현으로 그 움직임에 대한 비하의 의미로, ‘쿵쾅쿵쾅’이라고도 표현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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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나무위키 레플리카 소개글에 추가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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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5] 레플리카 스팀 리뷰에 추가된 모욕적인 평가들
 

이와 같이 한 개인 게임개발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사이버불링이 벌어지는 상황을 이해하고자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게임업계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표적인 사건들을 확인했다.

  • 2016년 모 게임의 성우는 ‘Girls Do Not Need A Prince’라는 문구가 기재된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자신의 개인 트위터 계정에 게시했다. 여자는 가만이 앉아서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다. 이 사진을 본 일부 유저들은 게임사를 상대로 해당 성우에 대한 교체를 요구했다. 해당 티셔츠가 메갈리아 사이트와 관련있는 메갈리아4 페이스북 페이지의 후원을 위한 티셔츠라는 이유였다. 이후 게임사는 성우를,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여러분의 우려 섞인 의견들을 확인하였다”는 문구와 함께 교체했다. (관련기사)
  • 2018. 3. 25. 모 게임의 원화가가 개인 트위터로 여성단체를 팔로우하고 ‘한남’이라는 남성 비하단어가 포함된 글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일부 유저들이 항의했다. 원화가는 사과문을 게시하여야 했다. 해당 게임사 측은 원화가를 상대로, ‘왜 팔로우 했는지’, ‘왜 리트윗 했는지’ 등 개인의 가치관과 사생활 문제를 ‘심문’했고,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이라는 단어를 담아 그 내용을 공지사항으로 게시했다. (관련기사)

위 각각의 사건들은 구체적인 발생 경위에 다소 차이는 있으나,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개인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특정 집단 혹은 조직으로부터 억압받았다는 것, 개인의 신념과 사상을 이유로 노동권과 인권을 침해 당했다는 것, 그리고 이 억압과 침해가 이를 지켜보는 다른 주변인들에게 유무형의 불이익을 두려워하게 하고 스스로를 검열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게임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나에게 기시감을 불러 일으킨다. 내가 레플리카를 출시할 당시 얻었던 “빨갱이”라는 낙인과 유사한 것이다. 개인의 사생활을 사찰하여 낙인을 찍는 과정은 게임 레플리카에서 잘 드러난다.

 [그림-6] 레플리카에서 주인공에게 빨갱이 낙인을 주는 증거_1(총3장, 1.페이스북 댓글, 2.페이스북 좋아요, 3.평가)

 [그림-7] 레플리카에서 주인공에게 빨갱이 낙인을 주는 증거_2(총2장, 1.체게바라 티셔츠, 2.평가)

 

즉, 1. 개인의 사상을 검증하고, 2. 빨갱이, 혹은 메갈이라는 단어로 낙인을 찍고 그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통해 개인의 사상 전체가 편향되었다고 호도하며, 3. 고용관계를 빌미로, 혹은 생존권, 노동권을 겁박하여 사상의 전향을 강요하고, 4.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조성함으로써 사상과 신념,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이전에 자기 검열이 이루어지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활동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안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그 어떠한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음을 안다.

고로 “나는 반페미니즘 사상검증에 반대한다.”

반대의 입장은 한국여성민우회의 성명서 내용과 동일하므로 그 내용을 옮겨 적는다.

[한국여성민우회 입장문]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

3월26일 게임제작사 대표 김학규는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책이 필요”하다며 자사 직원이 ‘여성민우회와 같은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는 이유’를 추궁한 면담 내용을 공식적으로 게시했다.

0.

성차별에 강경히 반대하는 것이 ‘메갈’이라면 우리는 ‘메갈’이다.

가부장적 사회를 파괴하는 것이 ‘반사회적’이라면 우리는 ‘반사회적’이다.

우리는 변질된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

1.

성우가 페미니즘 운동을 후원하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녹음 작업에서 하차했다.

캐릭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캐릭터를 삭제당했다.

여성아이돌은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쓰인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SBS 라디오 작가가 ‘친 페미니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며 하차 요구를 받았고 결국 부서를 이동했다.

우리는 지난 2년간 개인이 페미니스트인지를 판별하여 징계, 배제하는 작태를 수차례 목도해 왔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과와 해명을 요구받고 불이익을 당했다.

한국사회는 더 이상 기존의 남성중심적 권력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페미니스트를 공격하는 행위를 용납해선 안 된다.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

2.

또한 기업의 이윤추구는 양심·사상의 자유라는 민주사회의 기본 원칙에 위배되어선 안 된다.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3.

본 사건은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게임업계의 성차별적·반인권적·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가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며, 그 무지와 전횡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민우회는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다.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싸움은 더욱 가열차게 이어질 것이며,

페미니스트들은 말하기를 그치지 않을 것이다.

2018년 3월 27일

한국여성민우회 

아울러 다른 조직과 단체의 성명서 링크도 함께 게시한다.

 

* 위 내용은 내가 2017. 9. 15.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에서 “정치적 매체로서의 게임”이라는 주제로 키노트했던 내용과 현재의 소회를 함께 묶어 기록한 내용이다.

** ‘당신을 이나라 최고의 페미니스트로 인정합니다’라는 리뷰는 부정적인 의미로 작성되었어도 분명한 칭찬이다. 내가 그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지만 기분 좋았다. 그리고 이 문장이 지극히 당연하게 칭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상식있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원한다.

*** 게임언론은 이 문제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관계조차 보도하지 않아 아쉽다.

MIND SET 게임잼 워크숍

지난 7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서울대학교에서 서울대, 프랑스대사관, 독일문화원 주최로 개최된 MIND <RE>SET 게임잼 워크숍. 게임잼을 시작하기 전 게임 개발자 및 아티스트 등이 모여 각자의 경험을 공유하고 토론하며 게임잼의 방향과 방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난민, 특히 탈북자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 가장 첫 질문이 왜 탈북자는 난민(Refugee)라는 단어 대신 탈주자(Defector)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에 관한 것이었다. 난민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들의 이주 원인과 수용(적응)의 방식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하였는데,

워크숍 중 고민했던 지점이 하나 있었다.

2016년 올해의 작가상 수상 후보였던 함경아씨께서 <악어강위로 튕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 영상을 소개해주었다. 탈북 소년이 축구공으로 페인팅을 하는 퍼포먼스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축구공을 때리는 소년의 발길질과 그 궤적을 그리는 페인트가 조화되어 북한을 탈출한 소년이 겪었던 고난의 여정과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나는 왜 그 영상을 볼 때 불편함을 느꼈던 것일까.

축구공과 그것에 묻어있는 페인트, 작가가 준비해준 새하얀 필드와 공간은 과연 그 소년에게 표현의 기회를 줄 수 있었을까? 그를 주시하는 카메라와 관객의 눈은 과연 작가를 향하고 있었을까 소년의 삶을 향하고 있었을까? 나는 고민했다.

예술이 탈북 소년에게 “이야기의 공간을 마련”해준 것인지, 예술에 탈북 소년을 “이용”한 것인지 혼동했다.

그리고,

혹시 내 게임도 시대적 상황을 게임에 “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인벤게임컨퍼런스(IGC) 강연을 하다.

지난 10월 6일부터 8일까지 판교 게임창조경제혁신센터(이름 정말 최악이다…)와 네오위즈 사옥에서 인벤 게임 컨퍼런스, IGC가 있었다. 인벤의 초대로 보잘것 없는 내가 많은 청중들께 내가 가진 게임에 대한 철학을 들려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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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열리는 강연의 자리인 까닭에 직장 상사분들의 눈을 피하고자 얼굴을 가리고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강연의 내용은 아래 기사(라기보다 녹취록 수준…)에 잘 나와 있다.

http://www.inven.co.kr/webzine/news/?news=165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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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인디게임을 만든다고 하면, 대부분 넥슨과 같은 큰 회사를 꿈꾸는 스타트업이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어쩌면 이 강연은 그런 사고방식에 대한 외침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게임 만드는 사람입니다.”라는 외침.

내 강연에는 순위나 그래프, BM지표나 생존의 팁 같은 것들은 넣지 않았다. 그저 내 게임이 이야기하려는 메세지와 나라는 작가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

Memories of BitSummit 2016

지난 7월 9일부터 10일까지 이틀간 일본의 인디 게임 페스티벌인 BitSummit 2016에서 내 게임, Replica를 전시했다. 플레이어들의 반응, 각국의 개발자들과 나눈 이야기, 교토의 야경, 친절한 그들의 미소, 강변에서 마셨던 맥주.

비지니스를 위해 참석한 행사가 아니었기에 더욱 행복했던 순간들이었다.

과연, 내년에도 이들과 어울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