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웨이크(The Wake) 출시!

7. 11. 00:00시를 기점으로 <더 웨이크: 애도하는 아버지, 애도하는 어머니>가 스팀 스토어에 출시되었습니다.

더 웨이크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입니다. 저의 에세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만큼 저만의 경험과 추억으로 가득 채워져 있죠. 만드는 과정에서 그에 대한 걱정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더 웨이크를 각국의 테스터분들께 보내드리고 그 피드백을 받았던 경험은 놀랄만큼 특별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보내주신 게임에 대한 감상은 게임 자체의 개선에 관한 내용보다 오히려 플레이어 각자의 개인적인 추억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플레이어 한 사람, 한 사람의 어린 시절.

각자의 가족관계에서 일어났던 사건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이어지는 상처들.

당신의 아버지, 당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바로 당신의 그때 그 시절.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다시 생겼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작품만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기대.

게임의 주인공이나 작가에 대해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게임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어린아이와 공감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습니다.

더 웨이크를 통해 많은 분들께서 행복한 경험을 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응원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꾸벅!

스팀스토어 :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311540/The_Wake_Mourning_Father_Mourning_Mother/

더 웨이크(The Wake) 출시를 앞두고…

“젠더에 대한, 성소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리갈던전을 출시한 후 새로운 게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게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다음 주제는 명확하고 단호했다.

‘주류’ 또는 ‘정상’으로 규정된 범주에 속하지 않은 이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내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다수자’라는 권력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성소수자의 인터뷰와 자서전, 소설과 영화, 게임을 찾는 과정에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아질수록 두려움도 커졌다.

“후천성 인권결핍 사회를 아웃팅하다”(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지승호 저)에서 이혁상 감독님의 인터뷰를 읽었다. 그분의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을 찾아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게임을 위해서 나와 다른 이들의 범주를 정하고 그들을 대상화하는 것은 아닐까. 이해하고 공감하고 연대하지 않은 내가 만든 게임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그리고 앨리슨 백델의 “펀 홈”을 읽을 때쯤 질문했던 것 같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누구를 대변하려는 거냐’라고. 아버지를 회고하며 정체성을 확립해나갔던 저자처럼, 어쩌면 내가 먼저 드러내고 공감해야하는 드라마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처럼 두려움으로 인해 논리를 상실한 사고가 이어지던 과정에서,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저)은 나에게 ‘에니그마(Enigma)’라는 독특한 소재를 알려주었다.

결국 “펀 홈”의 가족사, 그리고 장례식. 독일 나치의 “에니그마”는 나에게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른 게임을 보여줬다.

더 웨이크(The Wake)는 이렇게 출발했다. 겁이 많아 원하는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내 안으로 숨으면서, 다른 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내 게임의 소재만 탐닉하며.

2019 CiGADC 초청 강연

2019. 12. 6. 중국 상해 JW Marriot 호텔에서 개최된 ‘중국 독립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CiGADC의 강연자로 초정받아 다녀 왔습니다.

(그래요, 너무 늦게 올렸습니다. 몹시 바빴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 글을 적는 시간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리갈던전 : 게임을 통한 공감(Legal Dungeon : A Game to Foster Empathy)”라는 주제로, 제가 게임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생각과 그로 인한 반응, 그 과정을 통해 얻었던 ‘공감’에 대한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했습니다.

중국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동료 창작자들에게 저의 강연이 ‘게임의 의미’에 대한 더 많은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강연의 내용에는 ‘레플리카’와 ‘리갈던전’이 그러했듯, 국가 혹은 정부, 시스템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섞여 있었고, 페미니즘이라는 주제와도 선이 닿아 있었기 때문에 내심 청중의 반응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였지만,

예상 외로 많은 분들께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준비했던 시간들에 보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관련 기사 : Empathy for the Devil by EGM]

강연 다음날부터 Weplay에 참석하였지만, 과연 언제쯤 그 후기를 올릴 수 있을까…싶습니다.

[딥다이브(Deep Dive)] : 리갈던전(Legal Dungeon)의 게임디자인

2019. 7. 24. 가마수트라(Gamasutra)에 ‘Deep Dive: Burdening players with the power of the system in Legal Dungeon‘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된 글의 한글 원문입니다. 게임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개발자가 목표하고 의도한 부분, 고민하고 개선한 과정과 그 결과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게임의 특정 디자인이 제작된 과정에 호기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Gamasutra의 Deep Dive 연재를 찾아서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기대합니다.

 

* 주의 : 아래 내용은 게임의 구조 및 서사의 주요 부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목표 : 플레이어에게 죄책감을 전달하기

누구 : 소미(Somi)

안녕? 난 한국에서 혼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소미야. 2019년 5월에 출시된 경찰 문서작업 어드벤쳐 게임 ‘리갈던전(Legal Dungeon)’을 만들었어.

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지금도 법과 관련된 직장에 다니고 있어. 직장생활을 하면서, 인생에서 느껴지는 여러가지 감정들, 특히 내가 가진 죄책감에 관한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 그리고 게임이 그런 생각을 나누기에 아주 적절한 매체라고 생각했지. 2014년부터 게임 개발 공부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총 4개의 게임을 출시했어. 특히 2016년도에는 ‘레플리카(Replica)’라는, 타인의 휴대전화를 훔쳐보며 테러 혐의점을 찾는 게임을 만들어서 인디케이드(IndieCade)에서 임팩트 상(Impact Award)을 받기도 했어.

내가 최근에 출시한 리갈던전은 경찰이 되어서 범죄 수사 서류를 작성하는 게임이야. 플레이어는 적게는 7장, 많게는 40장이 넘는 수사서류를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범인을 기소할지, 불기소할지 결정해야해. 모든 선택은 플레이어가 하지만 그것은 분명한 한계가 있지.

무엇을 : 구조의 힘을 느끼게 하는 디자인

리갈던전에서 플레이어의 역할은, 수사서류 뭉치를 검토한 후 ‘의견서’라고 불리는 새로운 서류를 작성하는 거야. 사건 수사는 이미 팀원들에 의해 마무리 되었기 때문에 범죄 현장을 누비며 증거를 찾거나 피의자의 진술에서 모순점을 찾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한 요소는 전혀 없어. 플레이어는 서류만을 읽으면서, 사건 관계자가 어떠한 진술을 했고 어떠한 증거를 제시했는지, 수사대상이 된 행위가 어떠한 죄명에 해당하는지, 관련된 법조문에서 요구하는 죄의 구성 요건은 무엇인지, 유사한 사례에 대해 기존의 판례는 어떠한 결론을 내렸는지를 연구해야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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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은 한국에서 수사팀을 총괄하는 팀장이 맡은 역할과 매우 유사해. 심지어는 게임에서 등장하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인 CIS도 한국 법무부에서 제작하고 실제로 경찰이 활용하고 있는 KICS라는 플랫폼과 상당히 비슷하지. 게임의 스토리를 형성하는 개별 사건들도 모두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들의 주요 사실관계와 쟁점을 변형해서 재구성한 내용이야. 결국 플레이어는 일반적으로 경찰 수사팀의 장이라면 누구나 일상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야하는 과정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게 되는 거야. 세부적인 사건들의 일시, 장소만 다를뿐, 경찰의 의사결정 논리를 그대로 재현한 거지.

물론 세부적인 부분을 재현하는 과정에서 게임의 형식에 맞는 변형은 필수야. 예를 들어, 글자를 입력해서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은, 게임의 제한된 인터페이스를 고려해서, 필요한 단어나 문장들을 기존 서류에서 ‘끌어서 놓는’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어. 조직이 전체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나 분위기, 업무 과정에서 존재하는 무언의 압력과 편견 등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스크린 메이트’가 프로그램 사용방식을 설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플레이어에게 주입하도록 장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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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이 너무 힘들어…

왜 이렇게 지루한 문서작업 시뮬레이션을 게임에 그대로 넣었냐고? 난 플레이어에게 선택권이 있는지 묻고 싶었어. 현실과 똑같은 구조 속에서 플레이어가 같은 경험을 한다면 과연 일반적인 경찰의 사고방식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말하고 싶었지.

왜 : 어디까지가 개인의 판단 영역일까?

시작 : 네가 경찰이라면 달랐을까?

이 게임은 하나의 신문기사에서 시작했어. 2010년 6월, 양천경찰서 서장이 서울경찰청장의 사임을 요구했던 사건이었지. 당시 경찰서장은 청장이 과도한 실적주의로 직원들에게 무리한 활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어. 이러한 주장을 한 경찰서에서는, 형사들 4명이 실적을 쌓으려고 무고한 사람을 고문해서 범죄자로 만들려고 했다가 구속된 일이 있었거든. 이후에 해당 사건은 잊혀졌고, 성과제도는 지금까지도 경찰 조직에 남아 모든 인사와 급여, 승진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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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던전의 ‘에피소드 1’에서는, 무료 신문을 모아서 팔아 생활비를 버는 노인을 경찰이 실적을 위해 절도범으로 만드는 내용을 담고 있어. 무료 신문도 남의 물건이니 마음대로 가져가면 절도라는 논리지. 여기서 플레이어는 선택할 수 있어. 기소할지, 불기소할지, 아니면 노인을 도와주던 어린 손녀까지 함께 공범으로 기소할지. 하지만 정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왜냐하면, 현실세계에서 똑같은 노인들을 무더기로 검거했던 여느 경찰관들처럼, 플레이어도 실적으로 압박받고 있으니까. 높은 사람들의 지시사항과 부하 직원들의 한탄은 아주 자연스럽게 노인을 5점짜리 몬스터로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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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점‘짜리’

하지만 이렇게 ‘기소’냐, ‘불기소’냐를 묻는 단순한 선택지를 초기버전으로 제시했을 때, 플레이어의 답은 현실의 그것과는 달랐어.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양심과 감정에 따라 되도록이면 노인을 풀어주려고 했지. 결국 이 선택은 게임일 뿐이니까, 지극히 상식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거야. 아무리 게임 속에서 ‘대화’나 ‘점수’를 통해서 ‘기소해야만 하는 이유’를 강요해도 플레이어는 실제로 점수에 목을 매는 보통의 경찰관들처럼 절실하지 않아. 되도록이면 합리적이고 옳은 선택을 하려 하지.

게다가 현실에서의 선택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딱 한 번, 게임의 옵션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잖아? ‘판단하는 자’는 이전에 그 사람이 판단했던 여러 선택들의 연장선 위에 서있어. 즉, 내가 일상에서 결정하는 작은 선택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의 나를 만든 거야. 중요한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이 주어졌을 때, 이미 ‘중요한 결정을 하는 나’라는 사람과 ‘중요한 선택의 결과’까지 모두 정해져 있는 거야. 리갈던전은 이에 맞는 대책이 필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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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버전의 선택지(‘공격’과 ‘자비’)

매 순간의 선택이 타인의 인생을 결정한다.

결국 리갈던전은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순간을 보여주지 않도록 변경되었어. 에피소드 1에서 플레이어는 기소할 것인지 불기소할 것인지를 묻는 옵션을 볼 수 없어. 다만 의견서에 어떠한 단서들을 끌어서 넣을 것인지만 선택할 수 있지. 그러면 플레이어가 찾아낸 단서들이 기소를 위한 단서일 때 기소가 되고, 불기소를 위한 단서일 때 불기소가 되는 거야. 적용한 법조항이 무엇이냐에 따라 유죄가 될 수도, 무죄가 될 수도 있지. 결국 문서에서 단어나 문장 하나를 끌어오는 매 순간들이 연계된 선택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든 거야.

플레이어는 ‘절도’라는 단어를 검색창에서 검색할 거야. 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특수절도’를 죄명으로 입력하지. 왜냐하면 에피소드를 시작하기 전 플레이어가 다른 형사와 나눈 대화에서 같은 단어를 들은 적이 있거든. 왜냐하면 특수절도죄가 절도죄의 조문보다 더 앞쪽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검색 결과의 가장 첫 화면에 나오거든. 결국 플레이어는 노인의 손녀까지 공범으로 만들게 될 거야. 그게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이니까. 무고한 자를, 2점짜리 단순 절도범으로, 다시 5점짜리 특수절도단으로 ‘만든’ 플레이어가, 이를 보며 고마워하는 동료들 앞에서 느끼는 죄책감, 무력감, 자괴감. 바로 그걸 이끌어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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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바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돼. 만약 시스템이 이끄는 선택이 아니라 자신만의 주체적인 사고를 통한 독자적인 선택을 하고자 하는 플레이어가 있다면, 주어진 수사서류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단어와 문장을 꼼꼼히 봐야할 거야. 왜냐하면 법은 논리와 치밀함을 요구하니까. 아무 단서나 쉽게 용인하지 않거든.

범인이 누구인지를 보여주는 타임라인

리갈던전은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야. 양천경찰서에서 무고한 피의자를 고문했던 경찰관들과 이들에 동조해서 어떻게든 실적을 쌓으려고 법과 윤리를 버렸던 경찰관들, 술에 취해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돕기는 커녕 이를 미끼삼아 절도범을 잡으려고 숨어서 지켜보고만 있었던 수많은 이 나라의 경찰관들, 성범죄 재범율이 높아지면 감점을 받으므로 성범죄자가 재범인 경우 검거하지 않았던 경찰관들. 이들은 뿔달린 악마가 아니야. ‘아돌프 아이히만’과 같이 아무런 판단 없이 주어진 업무를 해나가기만 하는 단순한 직장인일 뿐이지. 이들이 인간의 형상으로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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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총 14개의 엔딩과 6개의 도전과제로 구성되어 있고, 범인검거 점수는 코인이 되어 게임 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스크린메이트를 구매하는데 이용할 수 있어. 각 엔딩과 도전과제는 플레이어가 피의자에 대한 기소 여부를 변경함으로써 찾을 수 있고, 코인은 피의자를 기소함으로써 얻을 수 있지. 플레이어는 리갈던전의 타임라인을 따라가면서, 엔딩을 찾고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하며, 평범한 경찰관의 악행을 경험할 수 있을 거야. 그 과정을 통해서, 자신을 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알 수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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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잘못을 시스템에게 전가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아니야. ‘진짜 범인은 ‘외부’에만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동시에 던질 수 있기를 바라. 왜냐하면, 게임에서 주어진 모든 엔딩을 찾고 코인을 모아서 스크린 메이트를 구매하려 노력했던 플레이어들은, 결국 보상을 위해 타인의 인생을 저울질한 꼴이거든. 실적을 쌓기 위해 피의자를 고문했던 양천경찰서 직원들과 스스로의 사이에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거야.

결론

  “윤리적 판단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현실에 기반할 수밖에 없어. ‘레플리카’를 만들 때와는 달리 ‘리갈던전’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고통스러웠어. 내가 타인의 고통을 창작활동에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유사한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서사를 수정하고 또 수정할 수밖에 없었어.”

“타인의 고통은 우리의 외부에 있지. 때문에 공감이라는 것은 불완전하고 순간적인 것임을 잘 알고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을 완성했어. 등장인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누가 범인인지 드러날 수 있도록. 비록 이해받을 수는 없더라도, 내 생각과 감정이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실험은 진행 중이야. 그리고 이 실험에 참여해줘서 고마워.

BitSummit 2019 in Kyoto, Japan

2019. 6. 1.(토) ~ 6. 2.(일) 양일간 일본 교토 시내에서 개최된 BitSummit 2019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 전일에 도착할 수 있도록 비행기 표를 예매했지만 갑작스럽게 잡힌 시험 일정으로 인해 결국 첫날 저녁이 되어서야 교토로 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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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갈던전 출시일정과 겹쳐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굳이 시험장까지 간 이유는 뭘까.

게임을 만들 때 꼭 참석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임 축제가 두 개 있다.

IndieCade 그리고 BitSummit.

존경과 찬사를 자아내는 게임들, 그리고 그 제작진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것. 거기에 더해서, 재능있는 예술가 집단에 내 게임도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다.

첫 날, 행사가 끝난 후 DANGEN 주최 파티와 Riverside 파티에 참석했다. 파티는, 사업을 위해 서로 명함을 주고 받으며 매출과 홍보방법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다.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다는 경험. 멋진 게임들과 그 게임을 만든 일상을 함께 공유하며 친구가 되는 공간. 그래서 즐겁다. (전시를 핑계로 파티를 간다)

리갈던전은 BitSummit 2019 International Award 와 Innovative Outlaw Award 2개 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애석하게도 수상의 영광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인디게임 미디어인 IndieGamesPlus (구 IndieGamesDotCom)에서 선정한 ‘Best of Show’ 게임으로 선정되었다. IndieGamesPlus는 내가 게임을 만들던 초기부터 해당 매체에 게임을 보내고 한 번의 리뷰를 얻을 때마다 큰 행복을 느꼈던 곳이라서 그 감회가 남달랐다.

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여러가지 분야에 관한 강연 및 패널토크가 이어졌는데, 나는 Adventure Game 패널로 참석했다. 질문 중 ‘최초로 플레이했던 어드벤쳐 게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Leisure Suit Larry’라고 답하자 객석의 여러분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갓겜이라서 그런 거겠지…

리갈던전과 함께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얻을 수 있을까.

게임을 만드는 큰 재미 중 하나다.

BitSummit, 내 다음 게임도 전시작으로 선정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G-Fusion 2019 in Beijing, Ch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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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1.부터 5. 12.까지 중국 북경 北京亦创国际会展中心(Etrong international exhibition hall)에서 개최된 G-Fusion 2019에 초청되어 리갈던전을 전시했다.

G-Fusion 비디오 게임 카니발은 중국의 대표 게임 미디어인 GameCourse에서 매년 주최하는 게임 전시회로 올해 9회차를 맞이하고 있었다. GCourse에서 일하는 중국 친구의 설명에 의하면 최초 전시회는 30명 정도가 참석한 아주 소규모의 이벤트였다고 했지만, 현재는 그 규모가 실로 거대하다는 표현이 적절한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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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하단의 인디게임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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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공간에 전시된 리갈던전. 중국 내 퍼블리셔를 두지 않은 유일한 해외게임이다.

 

GCourse 에서는 인디게임 지원을 위해 직접 전시작들에 대한 홍보 영상도 별도로 제작하여 참관객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모습도 보였다.(영상에서 가장 먼저 소개되는 리갈던전!)

전시작 소개 영상 보기

 

개발자들을 위한 파티가 폴란드 대사관 주최로 있었다. 자국의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중국 게임행사에 게임전시 부스를 만들고 게임 개발자들을 지원하며, 심지어 대사관에서 파티를 개최해서 게임 홍보에 투자하는 이들의 모습이 부럽고도 놀라웠다.

처음 만난 중국의 게이머들과 내 게임을 사랑해주는 팬들, 그리고 친구들. 3박 4일의 일정 중 매 시간이 귀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특히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서 기다려주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게임을 만들고 작품을 전시하는 일, 사람들과 게임을 통해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누는 일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또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편,

북경에서는 버드나무 씨앗이 솜뭉치처럼 날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亲爱的中国玩家,针对目前中文翻译中存在的诸多问题,我想和大家说一声:对不起。

亲爱的中国玩家,针对目前中文翻译中存在的诸多问题,我想和大家说一声:对不起。

我的上一款作品《Replica》获得了中国玩家非常热烈的支持,中国也一直是我最为重视的市场之一。所以,现下的状况绝对不是我期望发生的。

游戏翻译在初步就绪时,我曾邀请一些中国的朋友试玩过当时的版本,他们就翻译存在的诸多严重问题提过很多中肯的反馈和意见,为此,我推迟了原定的发行计划,并且联系了翻译公司,他们也承诺重新进行校对。四月底,我的一些朋友警告我,目前的翻译仍然存在重大瑕疵。在万般无奈的情况下,我甚至已经请求indienova的朋友帮忙紧急修改了部分文本。但是,在上线前最后一刻,翻译公司告诉我,他们已经求证过很多母语翻译,确认他们的翻译已经没有问题,陷入两难困境的我,最后选择了信任翻译公司的说辞,我最终使用了他们的版本。

……即便在目前的情况下,我也没办法简单认为这单纯是翻译公司的问题。我使用韩文进行故事创作,而他们负责所有语种的翻译工作。我依然相信,他们的日文和英文翻译,并没有像中文翻译那样存在如此严重的问题。

可以说,对目前的情况,我早有过预感,但是,实际发生的时候,还是觉得非常懊悔。

所以,归根结底,这是我的错。
我不应该轻易妥协,不应该优柔寡断,我不应该在对最终品质仍然抱有疑虑的情况下,匆忙上线这款作品,这有违我的初衷,辜负了大家的期待,也愧对我在这款作品上付出的两年心血。

针对目前的翻译问题,我清楚,在游戏发售后,再进行补救,其实是相当糟糕的选择,但是,我衷心希望大家能原谅我的这次失误:

1. 我已经将indienova之前帮忙修改过的文本更新到了游戏之中(游戏开头几章翻译问题可能已经有所缓解)。
2. 我会联系靠谱的合作方完整重新翻译游戏(indienova的朋友告诉我,他们会在力所能及的情况下尽量帮忙,他们也在帮我联系新的译者)。

我多次向玩到这款游戏的朋友解释说:创作这款游戏对我来说,是在分享自己的经历和感受。让更多的人了解和尝试本作,对我来说尤为重要。发售后的每一条评论,我都有仔细阅读,我也看到一些评论批评这款作品的说教意味过重,认为我有用极端假设来代替社会现实的嫌疑。

但是,到底哪些是极端假设,哪些是社会现实呢?

我在游戏里留下过一段自白,想提前分享给还没玩过这款游戏的朋友,也分享给那些还没来得及在游戏里看到这段话的朋友:

在制作《律法之地》的过程中,我有过无数次的彷徨。

我一直在思考,自己是不是在把别人的痛苦当成创作的源泉?
对这款游戏里的故事,我谨慎地反复修改,
很害怕它们对类似案件的当事人再一次造成伤害,
让他们回忆起当时的痛苦。

我深深明白,我们并不能对他人的痛苦感同身受,
所谓的共鸣既不完整,也转瞬即逝。
尽管如此,我还是坚持完成了这款游戏。
希望涉案人物的死并不是毫无意义,
也希望真正的罪犯能早日浮出水面。

虽然不可能得到所有人的理解,
但还是衷心希望我能将自己的想法和情感能传递给你们。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013750/

Legal Dungeon Release Date!

출시일정

I’m sorry for having kept you waiting.

Legal Dungeon will be available on May 6th 2019 at 08:00 PDT, Steam Store!

리갈던전 5월 7일 00시, 스팀 스토어에 출시합니다.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很抱歉让大家久等了。

《Legal Dungeon/律法之地》将于北京时间2019年5月6日晚23:00正式在Steam发售!

Legal Dungeon Steam Store page open! 그리고 ‘개발자의 말’

#LegalDungeon will be launched on March 2019!

The Steam Store page is officially open now! Wishlist now!

리갈던전 스팀 페이지를 오픈했습니다.

기다려주신 모든 분들께 작은 선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https://store.steampowered.com/app/1013750/

<개발자의 말>

리갈던전을 만들면서 나는 한 없이 방황했다.

내가 타인의 고통을

창작활동에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며,

유사한 사건과 상황으로 인해 상처받았을 누군가에게

또 다른 가해가 될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서사를 수정하고 또 수정했다.

타인의 고통은 우리의 외부에 있으므로

공감은 불완전하고 순간적인 것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게임을 완성했다.

등장인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누가 범인인지 드러날 수 있도록.

비록 이해받을 수는 없더라도,

내 생각과 감정이 당신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2018. 2. 4.

소미 (SOMI)

2018년 짧은 회고

2018년은 게임과 멀어진 한 해였다.

신년 계획을 세우면서, 게임과 관련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 레플리카를 만들고 출시했던 2016년, 2017년을 지나면서 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적었고 직장생활에 할애하는 노력이 아까웠다.

그리고, 부족한 시간과 부족한 관심은 필연적으로 부족한 애착을 불러 왔다.

가정에서 느껴지는 소원함이, 직장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내 끝 없는 우울과 공허함이 모두 게임 개발 탓이라 생각했다. 소셜 미디어 공지사항에는 ‘올해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것에 애쓰지 않고 나라는 사람이 다시 단단해질 수 있도록 보살피는 한 해로 만들어볼까 합니다’라고 게시했지만, 사실 나는 방황하고 있었다. 가족과의 유대, 직장에서의 보람, 게임을 만들며 얻는 성취감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혼동하며 어느 것 하나 온전하게 얻을 수 없다는 현실에 괴로웠다.

그래서 놀았다. 열심히.

사랑하는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에 집중했다.

치료 받았다.

회사에서는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깎지 않고도 창작할 수 있는 법을 배우게 된 것 같았다.

“가족과 손을 잡고 있으니 따뜻하더라.”

기해년을 맞은 지금, 나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