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Summit Drift에서 ‘우수게임디자인상’ 수상!

2024년 7월 19일 부터 21일까지 3일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BitSummit Drift에서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를 전시했습니다.

공식 일정 하루 전, 간사이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전시 준비를 위해 행사장인 교토 ‘미야코 멧세(Miyako Messe)’까지 가는 동안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습니다. 비트서밋은 2016년도에 레플리카(Replica)를 출시했던 때부터 매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할 때마다 참여했던 행사였기에 반가운 마음이 크면서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참석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는 쉽게 지나쳤던 정취와 전경에 한 번 더 시선과 마음이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3일간의 전시로 비록 몸은 지치고 목은 쉬었지만, 제 게임을 사랑해 주시는 많은 분들께서 직접 찾아와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건네 주셔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성원에 보답하고자 게임의 대사를 담은 엽서와 핀버튼을 준비해 나눠 드렸는데, 별 것 아닌 기념품에도 크게 고마워해 주시던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에 크게 남아 있습니다.

제 이전 작품의 키아트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와주신 분들, 이전 행사에서 나눠드렸던 핀버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며 보여주신 분들, ‘미제사건’ 티셔츠를 구매할 수 없냐고 물어주신 분들, 보잘것없는 한국 아저씨의 싸인이라도 괜찮다며 노트와 빨간 매직(왜 빨간색…ㅜ.ㅜ)을 내밀던 분들, 그리고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해서 게임을 플레이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행사 마지막 날, ‘미제사건은 끝내야 하니까’가 ‘우수 게임 디자인상(Excellence in Game Design Award)’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레플리카도, 리갈던전(Legal Dungeon)도 항상 수상 후보에만 올랐을 뿐, 실제로 비트서밋에서 상을 받은 적은 없었기 때문에 ‘미제사건’도 비슷한 상황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랬기에 수상자로 호명받았을 때 너무나 놀랐습니다.

수상소감은 일본어 번역을 맡아 주신 이근(Gon Lee)님과 마사케이(Masa Kei)님에 대한 감사 인사로 대신했습니다.

서사 중심의 게임, 그것도 활자를 전면에 내세운 게임을 만드는 저와 같은 개발자에게 번역은 특히 중요하고 많은 고민을 안겨주는 과정입니다. 번역은 원문의 의미와 배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번역 대상 언어권의 문화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키는, 또 다른 의미의 창작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제가 경험했던 게임업계 번역업체 또는 개인 번역가들은 그저 단어와 문장의 언어만 치환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이유로 게임의 내용이나 함의가 전혀 전달되지 않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신작의 번역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제사건’을 완성하고 출시하기 전, 지원 언어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간체)를 넣고자 했습니다. 영어는 이미 ‘더웨이크(The Wake)’를 출시할 때부터 완벽한 번역으로 함께 해주셨던 정슬인 번역가님과, 중국어(간체)는 주변 지인의 소개를 받아 한국어와 중국어 모두에 능통하신 안미화님과 함께 하기로 정했지만, 일본어가 문제였습니다. 리갈던전과 더웨이크는 쁘띠 데포토(プチデポット)의 시고토(しごと)님과 코토리(ことり)님께서 오로지 제 게임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번역을 해주셨지만, 다시 이분들께 폐를 끼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가 소속되어 있는 인디 개발자 연합 ‘노랑던전’에서 저의 푸념을 들은 이근님께서 한일 번역을 맡아 주셨습니다. 이근님의 일본어 실력이 훌륭하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초기 테스트 과정 때부터 ‘미제사건’을 플레이해 주셨기에 누구보다도 저의 게임을 깊게 이해하고 책임감있게 번역을 해주시리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이근님께서 번역해 주신 문장들을 마사케이님께서 수정, 보완해 주셨습니다. 마사케이님은 한국 게임에 대한 사랑으로 한국 인디게임을 번역하시거나 일본어 PR을 작성해 주시는 등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미제사건’도 마사케이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처럼 많은 플레이어분들에게까지 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다시 한 번 일본어 번역에 참여해 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세계 각국에서 모인 개발자들이 행사장 인근 강가에 모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과 인디게임 개발자라면 느낄 수밖에 없는 생계와 생존의 문제를 모두 극복하고 잠시나마 한 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기를. 2024년의 비트서밋 때처럼, 언젠가 교토에서 모두 다 함께 모여 다시 한 번 맥주 한 잔 부딪힐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여느 해처럼 완벽한 행사를 준비해 주신 비트서밋 운영진 및 스텝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훌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