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상을 받고, 한국에서 욕을 먹고

한국에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많은 업체와 개인들을 존경한다. 그들은 이미 수많은 행정적, 관료적 장애물을 넘고 서 있는 창작자들이므로.

RETSNOM 등급심사 신청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한지 벌써 수주가 지났다.

1. 사업자 등록을 하고, 2. 게임심의 전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게임심의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하고, 3. 구청 담당 부서에 게임제작업, 배급업 등록 신청을 한 후 등록증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4. 등록증을 발급 받은 후 게임 설명서를 만들고 30분 내외의 게임 영상과 대사 스크립트를 준비해서 등급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2. 게임등급을 심사받기 위해서는 전용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공인인증서는 서울에 위치한 인증업체를 통해 진행되는데, 본인 인증을 위해서는 서울의 업체에 직접 방문하여야 한다. 원격 신청을 원하는 경우, 우선 업체에 관련 서류를 팩스로 보내고 우체국 직원분의 방문을 기다려 대면 확인을 통해 신원 확인을 받은 후에야 원본 서류를 업체에 배송할 수 있는 구조로 인증서 발급 절차가 진행된다. 회원가입을 위한 인증서 발급에만 7일이 걸렸다. 어떠한 이유로 굳이 별도의 인증서를 만들었는지, 어떠한 이유로 굳이 서울에서만 인증서 발급이 가능한 업체를 선정하였는지 누가 봐도 그 내막을 예상할 수 있는 구조다.

3. 게임제작업, 배급업 등록은 시군구청에서 진행할 수 있다. 게임 심의 과정에 제작업등록증과 배급업 등록증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등록을 위해 시청 담당 직원에게 문의하자 시 민원접수 창구에서 접수한다고 안내를 했다. 시 민원접수 창구에 문의하자 관련 업무는 취급사항이 아니므로 시청 담당 직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누구의 업무인지 아는 이가 없었다.

3. 결국 등록 신청은 구청을 통하여 진행했지만 구청 직원은 사업장의 주소지가 근린2종에 해당되지 않아 불허한다는 통보를 했다. 게임 심의에 필요한 등록을 거부하면 어떻게 심의를 받느냐 묻자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라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관련 법령을 검토해보니 근린2종과 등록증 발급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하여 근거 없는 불허임을 항변하자 신청을 받아주었다. 등록신청서 및 사업계획서와 시설장비 명세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3. 며칠 후 구청 담당 직원이 현장조사를 오겠다는 전화를 걸어왔다. 당시 부재중으로 날짜 변경을 요청하자, ‘이 여자 미쳤네’라는 욕설을 들을 수 있었다. ‘등록 가부를 결정하는 나에게 니가 감히’라는 심사였다고 이해할 수 있겠다.

3. 시청 담당 직원에게 허가가 아닌 등록 업무라는 점, 게임 관련 법령에 게임제공업에 대한 현장조사 근거규정은 있으나 제작, 배급업에 대한 현장조사 관련 규정이 없음을 설명하며 현장조사의 근거를 묻자 법령 상 근거는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오늘, 현장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도대체 이게 뭐지?

한국 내 게임 출시를 결정한 것이 몹시 후회된다.

———수정(2015. 12. 24. 행복한 휴일 전날)———

이 글이 이토록 많은 분들께 공분을 일으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네요. 모두 그간 쌓아두셨던 울분이 많으셨던 것 같습니다. 우선 위 내용과 관련하여 민원을 넣고 구청 담당자의 욕설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은 상태입니다. 좋은 게임으로 관심을 얻어야 하는데 이런 내용으로 많은 분들께 노출이 되니 적잖이 송구스럽네요.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